오은선씨 히말라야 등정 성공 의혹 제기
산악인들 "사진으론 정상 불명확…소요시간도 의문"
오씨 "셰르파가 정상이라 말해 5m 아래지점서 촬영"
(*칸첸중가 : 해발 8586m·세번째로 높은 산)
여성 최초로 해발 8000m 이상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도전하고 있는 산악인 오은선(43)씨가 앞서 등정에 성공했다고 밝힌
13좌 가운데 한 봉우리는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국내외 산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히말라야 고산을 올랐던 산악인들은 23일, 오씨가 히말라야 칸첸중가 정상에 올랐음을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칸첸중가는 해발 8586m로 세계에서 셋째로 높은 산인데, 오씨는 지난 5월6일 이 산 정상에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혹의 출발점은 오씨가 공개한 '정상 사진'(사진)이다. 이 사진으론 이곳이 칸첸중가 정상인지 알 수 없다.
남선우 한국등산연구소장은 일반론임을 전제로 "객관적으로 정상임이 인정되는 사진을 찍는 것은
정상 등정 행위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며 "통상 정상에서 보이는 다른 고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이전에 올랐던 다른 산악인이 꽂아 놓은 깃발 등 인공 흔적을 찍어 정상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칸첸중가의 경우, 보통 정상에서 서쪽에 있는 얄룽캉 봉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기상악화로 시야가 극히 불투명해도 정상 등정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산악인들은 전했다.
8000m급 봉우리를 여러 번 올랐던 산악 잡지 < 사람과 산 > 의 박기성 전 편집장은
"날씨가 좋지 않아 배경이 안보이면 이전에 정상을 밟은 이들이 남겨 놓은 깃발, 또는 본인의 고도시계에 나타난 고도를 찍어도 된다"고 말했다.
자동 고도가 기록되는 지피에스(GPS)를 휴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상 사진이 없을 때는 등정 당시의 여러 정황을 근거로 판단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오씨의 등반 과정이 이전의 등정자들과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칸첸중가에 오르기 전, 오씨는 오씨를 촬영하던 한 방송사의 카메라에 해발 8000m 지점에서 마지막 모습이 촬영됐다.
이때가 당일 오후 2~3시께였다. 곧이어 산 뒤편으로 사라진 오씨는 오후 5시40분 "베이스, 베이스. 정상에 섰습니다"라고 무전으로 알려왔다.
정상까지 최대 3시간40분이 걸린 셈이다. 오씨는 당시 산소통을 메지 않고 '무산소 등정'을 했다고 밝혔다.
두 지점 사이는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있는 난코스로, 산악인 박영석씨는 1999년 산소통을 메고도 이 구간을 5시간 걸려 통과했다.
오씨보다 며칠 뒤 이 봉우리에 오른 세계적 여성 산악인 에두르네 파사반은 오씨와 같은 무산소 등정으로 10시간이 걸려 정상에 올랐다.
2000년 칸첸중가에 오른 엄홍길씨는 "등반은 해마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전 상황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칸첸중가 등반 경험이 있는 여러 산악인들은 "등반 기록을 볼 때,
오씨는 마지막 전진캠프인 '캠프4'에서 출발해 마지막 망원 관찰 지점(해발 8000m)까지 가는 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미뤄 많이 지쳐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거기서 정상까지 남들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이 이는 '정상 사진'과 관련해 오은선씨는 < 한겨레 > 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날 날씨가 흐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앞서 가던 셰르파가 '여기가 정상'이라고 말해, 지쳐 있던 나는 '그냥 여기서 사진을 찍자'면서
정상보다 5m 아래, 10m보다는 위 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오씨의 소속사인 블랙야크 관계자는 "네팔 정부가 발급한 등정증이 올라갔다는 증거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리 쪽 기록에는 8000m 지점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로, 정상까지 가는 데 3시간40분이 걸렸다"며
"다음달 3일 공식 보고회를 열어 칸첸중가 등 올해에 오른 4좌 등정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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