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 산길 한편에 신의 걸작품인 절묘한 형상의 바위 하나가 서 있습니다.
바위 조각에 달통한 신라의 장인들도 흉내내기 어려운 걸작입니다.
오묘한 조화와 전지전능의 조물주가 아니면 결코 빚을 수 없는 너무나 훌륭한 명작입니다.
그 모양도 그렇지만 자리하고 있는 곳 또한 예사스럽지 않습니다.
아침산길은 산(뫼 산) 자의 역모습으로 시작되어 전망바위를 지난 뒤 다시 "산' 자 모양으로
길이 나눠집니다. 왼편은 자그만 체육공원으로 오른쪽은 샘터로 가는 길입니다.
아침산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체육공원이나 샘터 쪽으로 가게 됩니다. 가운데 1자 길은 정상으로
연결되는데 겨우 몇 사람만 다닐 뿐입니다. 정상으로 갈 경우에도 체육공원 쪽을 거치는 게 훨씬
더 수월하고 시간도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가운데 길은 갈림길에서 갑자기 급경사로 바뀌어 꽤 땀을 흘리게 됩니다. 또한 날카로운 암벽을
끼고 돌거나 울창한 숲이 하늘을 뒤덮은 어둑한 길을 지나갑니다.
고산준령에서 볼 수 있는 산악미도 맛보지만 혼자 가기에는 부담이 따릅니다.
특히 첫 부분의 가파른 경사길이 대단합니다. 5분 가량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능선에 닿게 됩니다.
거기서부터는 짙은 숲길이 이어집니다. 이 비탈길을 오른 사람들은 능선에 닿으면 가쁜 숨결을
고르기에도 바빠 달리 신경 쓸 여유마저 없습니다.
사람들이 정신없이 길바닥만 보고 지나가는 그곳 바로 옆 숲속에 그 바위가 숨겨져 있습니다.
길에서 5m 정도 거리를 두고 서있는 그 바위는 나뭇잎으로 부끄러움을 감추고 있습니다.
얼핏 지나치면 눈에 드러나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바위는 과연 어떤 형상일까요? 그것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휴일 아침 샘터에서 낯이 익은 부인 몇 사람에게 전망이 좋은 능선을 다녀오자고 권했습니다.
그들은 나의 첫 제의에 놀라면서도 동의해 주었습니다.
문제의 비탈길을 올라 능선에 닿았습니다.
부인들은 워낙 천천히 걸어 별로 숨가빠 하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그묘한 바위가 가장 멋지게 바라보이는 지점에서 "저게 뭡니까?"하고 손으로 가리켜 보였습니다.
그네들이 그쪽을 쳐다보았습니다.
"어마나! 어머머!" 먼저 바위를 본 부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고추껍질처럼 빨갛게 됐습니다.
"뭐, 뭔데 그래?...어이그머니나!" 한 부인이 고개를 내밀다 말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나머지 한 부인은 "헉!" 하고 외마디 감탄사를 토해냈습니다.
"아니, 왜들 그렇게 야단들입니까?" 나는 시치미를 떼고 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대답 대신 한 부인의 손바닥이 나의 등을 찰싹 때렸습니다.
"이 아저씨! 점잖은 양반으로 알았는데, 영 딴판이야! 이제 보니 아주 엉큼한 사람이잖아!“
그네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바위를 쳐다보고 또 되돌아보면서 쿡쿡 웃어댔습니다.
나는 그네들이 얼굴을 붉혀가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절묘한 바위를 구경시켜 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엉큼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습니다.
기왕에 낙인이 찍혔으니 진짜 엉큼을 한번 떨어보자 싶었습니다. "저 바위 정말 신기합니다.
손으로 만지면 점점 딱딱해져요." "아저씨이!" 부인네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정말! 아저씨 다시 봐야겠어. 순엉터리야!"
부인네들이 그렇게 소동을 벌일 법도 했습니다. 3 미터 크기의 그 바위는 너무나 멋진 형상의
남근석이었습니다. 그 생김도 남성의 기운이 충만한 멋진 모습이지만 두 개의 고환까지 달고
있는 완벽한 형상이 경탄할만 했습니다.
이 세상에 흔해빠진 것이 남근석입니다. 시골에 가면 동구에 일부러 이것을 세워놓은 마을이 많고
우리나라 산야 곳곳에 이것들이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동해안 한 곳에는 나무로 이것들을 깎아 줄줄이 세워놓은 공원까지 있습니다.
그러니 남근석이라 하여 얼굴 붉힐 일도 못 됩니다. 그런데 아침산의 부인네들은 왜 그렇게
비명까지 지르며 야단들이었을까요? 이곳 남근석이 너무나 리얼하고 잘 생긴 때문입니다.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경탄할만한 멋지고 근사한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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