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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야기>>

"지리산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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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넘어가는 '죽음의 검은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향그러운 흙가슴'으로 되돌려드릴 것을 약속하라!"-성삼재 관통도로 폐해를 보다 못한 이들이 2003년부터 매년 '성삼재 걷기의 날' 행사를 열며 절규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생태계 훼손은 더욱 심화됐다.

'성삼재 도로 이대로 놔둘 것인가?'-이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25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렸다. 성삼재 관통도로 폐쇄와 '생태화 도로 전환' 등을 싸고 논란이 뜨거웠다. 노고단 턱밑에 자동차를 끌어올리다니, 이 도로는 개설 단계부터 많은 사람의 비난이 빗발쳤었다.

성삼재 도로가 뚫린 1988년 함양에서 마천을 잇는 오도재(悟道嶺) 도로 공사가 시작됐다. 15년 세월 끝에 2003년 개통한 이 도로는 '지리산 가는 길'로 명명됐다. 성삼재 도로 폐쇄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지금 오도재 관통도로는 각광(?)이 쏠리는 듯하여 대조가 된다.

지리산 외곽 삼봉산과 법화산 자락이 맞물린 해발 773m의 오도재! 이곳에는 지금 도로 개설에 따른 또다른 대형 공사를 벌이고 있다. 성곽과 전통양식 성문(城門), 정자, 장승공원 등을 만들고 있다. 관광버스가 통과하는 성문에 문패도 단단다. 곧, '지리산 제1문'이다.

오도재 도로가 '로드 킬'과 생태계 교란 등의 폐해를 낳는 것은 성삼재 도로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이 도로는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었다. 또 S자를 겹쳐놓은 듯한 '지안재 구간'이 자동차타이어 CF로 방영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지리산 가는 길'은 관할 지자체인 함양군의 관광사업 의지가 담겨 있다. 오도재에 15억 원을 들여 성곽 성문 등을 만드는 것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다. 특히 변강쇠와 옹녀가 지리산으로 들어왔던 길이라고 하여 장승공원 등 그들을 테마로 한 볼거리도 조성중이다.

성삼재 관통도로 개통은 지리산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신호탄이었다. 지리산 외곽 곳곳의 산허리를 뚫고 자르는 도로 공사의 불을 댕긴 것. 묵계치 관통도로, 회남재 확·포장 공사 등은 지리산의 지도는 물론, 생태계 개념마저 바꿔놓았다. 지리산권 전체가 몸살 상태다.

오도재 관통도로도 자연생태계 교란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고개에 성문, 조망공원 등을 만들고 자동차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면 오도재는 '제2의 성삼재'가 될 것이 뻔하다. 변강쇠 등의 관광상품화가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그에 따른 폐해와 후유증이 더욱 심각할 터이다.

‘지리산 가는 길’은 이름 그대로 아주 유서가 깊다. 함양쪽 도로가 시작되는 조동마을은 지난날 제한역(蹄閑驛)이 있던 역사의 현장이다. 이 길은 또한 김종직(金宗直)과 김일손(金馹孫)이 지리산 등정을 하며 넘나든 길로 <유두류록> 등 명기행록을 낳게 했었다.

오도재에는 ‘산신령’을 새긴 돌비석이 있는 등 옛 선인들의 숨결이 배어있다. 이 고개를 넘는 길을 그 무엇보다 지리산 주민들이 등짐을 메고 장보러 오고간 삶의 현장이다. ‘지리산 가는 길’을 자동차도로가 아닌, 도보로 넘는 길로 옛 선인들의 숨결을 느끼는 산교육장으로 조성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지리산 관통도로 폐해는 자연 훼손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에게 산에 대한 외경심과 자연의 섭리를 저버리리게 하는 것이 더 문제다. 산은 자동차가 아니라 걸어서 올라야 한다. 오도재를 넘는 ‘지리산 가는 길’도 자동차에 뒤덮여 “‘죽음의 검은 아스팔트’를 걷어내라”는 절규를 불러오지 않을지 걱정된다.
 
  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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