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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는 소박한 멋을 풍기며 가을의 정취를 보여준다.)
억새밭에는 어째 바람이 숨어서 쉼 없이 손 흔드는지
억새밭에는 어째 구름이 숨어서 알싸한 눈물 흐르는지
억새밭에는 어째 목소리 숨어서 애타게 저를 부르는지
억새밭에는 바람으로 구름으로 목소리로 제 몸을 씻고
아 - 산다는 것은 이 아득한 그리움 벗겨내는 일인지
억새밭에는 허물 벗는 계절이 가만히 숨어 있다.
억새밭에는 억센 세월이 돋보기 속에 숨어 있다.
억새밭에는 다붓하게 몸 기대고 서서 누구를 기다려야 하고
억새밭에는 키 커도 키 닿지 않는 하늘이 있어
닿을 수 없는 그리움처럼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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